동결

「蒼くて甘いもの」

「フランキー」の小説

[pixiv]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4489404

2014년 10월 29일 19:28


작가의 말 : 

ちょっと早めにハロウィンなミン蒼( ˘ω˘ )ミンクさん視点です。

조금 이르지만 할로윈풍 밍아오( ˘ω˘ ) 밍크 시점입니다.

ジャックオーランタン、作ってみたいね٩( 'ω' )و

잭 오 랜턴 만들어보고 싶네요٩( 'ω' )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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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연중행사에 어두운 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정 파악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특정 날짜에 이름을 붙여서 소란을 피우는 것보다는 매일을 보내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들에 매일같이 감사와 기도를 올리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을 뿐이다.

그 가치관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밀어붙일 생각은 없지만 몇 번이고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생일, 크리스마스, 연말연시의 성대한 즐거움, 남은 날들을 게으르게 보내는 인간'에 대해서는 더없이 어리석게만 느껴진다. 원래가 제각기 유래가 있는 행사인 만큼 축하하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단순히 그것을 변명으로 삼아 고삐를 놓고 축제 분위기로 소란을 피우는 데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결국은 그 특별한 날마저도 천박한 생각으로 낭비해 버리게 될 뿐이다.

그래서 그는 그 본래 의미도 모르는 채 쉽사리 풍습이나 행사에 편승하는 것을 피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피할 수 없는 날이라는 것도 있다.

주황빛과 검은색이 뒤섞여 흔들리는 10월 31일.

어렸을 무렵에는 그저 매일을 검소하게, 힘껏 살아가라고만 배워 왔던 우리들 역시도 매년 할로윈에는 밖으로 나가 마을을 찾고는 했다. 부모님이 준비해 준 무서운 분장을 하고 거리를 돌며 어른들에게 과자를 받으면서, 다른 아이들은 들떠 있었지만 자신만은 아무래도 석연찮게 생각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원래가 그 시절부터도 어린아이치고는 드물게 설탕이 잔뜩 들어간 과자의 단 맛이 불편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애들은 다들 단 것을 좋아한다'는 인식을 집요하게 강요당한 탓에 심기가 틀어져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도 단 맛을 싫어하는 입맛은 이어지고 있다.  

먹을 생각도 없는 과자를 모으는 것보다도 주택가의 현관 앞이나 베란다 구석에 놓여 있는 잭 오 랜턴의 흐릿하게 빛나는 얼굴을 관찰하는 것에 열중했다. 이전부터 손으로 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듯, 비일상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에 늘어선 조형물을 볼 때마다 마음이 끌려서 '만들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꽃을 보면 화관을, 눈을 보면 모형을.

비즈나 새의 깃털을 보면 머리장식을.

이것 역시 어른이 된 지금도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공방으로 향하는 길에 상점에 들러 사탕과 초콜릿을 대량으로 구입했다.

평소라면 아직 셔터가 내려와 있을 시간대이지만 오늘만은 이르게 가게가 열려 있다.

이 날을 위해서 들르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마을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띄는 것은 일몰 후이지만 거리에는 조금을 더 기다리지 못하고 분장에 쓰려는 듯한 검은 천을 가지고 뛰어다니거나 집 현관 앞에 장식을 달거나 하는 어린아이들이 있었다.

그 모습에 문득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인가 자신은 강제적으로 과자를 요구당하는 쪽이 되어 있었다. 

유년기에 과자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고 해서 거기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것에 묘한 불합리함도 느껴지지만 거절했다가는 더욱 불쾌한 장난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깊은 한숨만 나온다.

할로윈은 유일하게 이쪽의 생각이 어떻든 간에 말려들고 마는 연례 행사다.

그런 의미에서는 자신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날이기는 했다.


[올해는 어떤 분장을 볼 수 있을지.]

"글쎄."

오른쪽 어깨에서 들려오는 느긋한 목소리에 짧게 대답한다. 그다지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분장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형적인 면에서 보자면 이것 역시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스스로 분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은 조금이라면 있었다.

집에 있을 그 녀석이 혹시라도 '분장을 해 보고 싶다'고 지나다 흘리기라도 한다면 조금쯤 도와줄 마음도 있다. 뭐, 역시 그런 일은 없겠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걸음으로 공예품점의 뒤를 돌아 공방 입구에 선다. 내가 도착하는 것은 언제나 아침 9시 무렵이지만 직인들 중에는 좀 더 일찍 제작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도 있으리라는 점을 감안해 열쇠는 항상 낡아빠진 우체통 안에 넣어 두었다. 그래서 대개는 학생들 중 누군가가 먼저 와서 문을 열어두곤 했다.

"……하아."

[그렇게 한숨만 쉬지 마. 작년도 극복했잖나.]

토리가 그렇게 말한 순간, 문 건너편이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졌다. 나름대로 숨기려는 것이었겠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목소리로, '왔다', '왔다' 하고 누군가가 허둥대고 있다. 평소보다도 눈에 띄게 인기척이 많다.

건너편에서 허둥지둥 움직이는 발소리가 조용해졌을 무렵을 가늠해 각오를 다졌다. 한 번 토리에게 눈짓을 한 뒤 문손잡이를 돌리고 단숨에 열어젖히자 이상한 꼴을 한 녀석들이 일제히 돌진해 온다.

"Trick or Treat!!!!"

다시 문을 닫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가지고 있던 봉투에 손을 넣어 진비해 온 사탕이나 초콜릿을 한웅큼씩 갈라 냉큼 던져주었다.

"알았으니 얌전히 있어!"

 아침부터 소리를 높이는 건 그 나름대로 지친다. 어깨에 앉아 있던 올메이트가 도망치듯 녀석들의 머리 위로 날아올라 한발 먼저 내 작업대 위에 내려앉았다.

"선생님! 과자 안 주시면 장난 칠 거에요!"

"이쪽도 주세요!"

입을 모아 소리치며 밀려드는 젊은 녀석들을 잘 보자 어디서 가져온 건지 고양이 귀가 달린 머리띠만 단순히 걸친 녀석이 있는가 하면 하룻밤 준비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본격적인 시체 메이크업을 한 녀석도 있다. 분장 방법도 각양각색. 역시 창작을 하는 인간은 이런 데에도 구애받는 성질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침부터 이런 꼴이어서야 어떨지.

"네녀석들 얼른 작업부터 시작해! 어린애가 아니잖나! 그 얼굴은 누구냐, 릭인가? 너는 그래서 납기에 맞출 수 있겠나… 미카엘라! 그 손을 한 채로 조각칼을 쓸 생각이냐! 됐으니 어서… 어이, 제프. 적당히 해, 너는 충분히 받았잖나!"

스크래치 녀석들이 차라리 다루기 편하다. 아무리 직인이라고 불린다고 해도 녀석들은 결국 놀기 좋아하는 젊은이들이다. 솔직하고 진지하기는 하지만 어른에게 장난치고 싶은 어린 마음이 확실히 남아있다.

사 온 과자의 대부분을 내던지듯 나누어주자 겨우 학생들은 만족한 듯 각자의 작업대로 돌아갔다.

"…참 나."

쓸데없이 체력을 소모한 듯한 기분으로 자리에 앉았다. 피난처에서 우아하게 소동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있던 토리 녀석은 말 그대로 날개를 펼치고 털을 고르고 있다.

[이런이런, 올해도 꽤나 볼만하군.]

"흥. 그 열정을 좀 더 다른 데에 쓸 수는 없는 건가."

비꼬는 의미도 더해 다른 녀석들에게도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해보아도 그 본인들은 쿡쿡 웃으며 얼른 손에 넣은 과자꾸러미를 열고 있었다. 이미 이쪽의 잔소리나 가시돋힌 말투에도 익숙해져 있는 녀석들이다. 이 정도로는 꿈쩍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고 작업에 들어가자 주변에서도 이끌리듯 하나둘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귀로 느끼는 것만으로 치자면 평소와 다름없는 실내이지만 한 번 둘러보면 대부분의 녀석들이 분장을 한 채였다.

그저 단순히 옷을 갈아입는 것이 귀찮아서가 아니라 아마도 오늘은 평소보다 빨리 이곳을 나갈 생각일 것이다. 날이 지고 거리가 사람으로 붐빌 무렵에.

거기서 문득 해야 할 말을 떠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지, 오늘은 개인적인 용무로 다섯시 경에 닫는다. 네시 반즈음엔 적당히 작업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

평소라면 몇 명 정도는 표정이 어두워질 법도 한데 오늘에 한해서는 모두들 조금 기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굳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다섯시에는 공방이 텅 빌 테지만 만약을 위해 지시를 내려둔다.


'개인적인 용무'라는 것은 정말로 개인적인 일이다.

오늘 아침 집을 나설 때, 그 녀석이 "오늘은 몇 시쯤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물어왔다.

평소에는 별다른 말 없이 뒤에서 배웅하곤 했기에 나는 그 시점에서 평소보다 빨리 돌아가겠다고 약속해 두었다.

귀가 시간을 물어볼 때, 보통이라면 '몇 시쯤 돌아와?'라고 한다. 거기에 대답해 주면 이쪽의 시간에 맞추어 저녁 준비를 해 준다.

하지만 오늘 아침, 그렇게 물어본 것을 보면 그 녀석은 아무래도 내가 빨리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여느때와 다르다는 것을 본인은 의식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그 녀석은 가끔 내심을 살짝 틈새로 내비치곤 한다.  조심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부끄러운 것인지 그다지 대놓고는 어리광을 부리거나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이쪽이 알아채는 만큼은 받아주고 요구를 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쩐 이유인지 그 녀석은 아직도 무언가 부탁을 할 때면 심하게 망설이곤 한다. 모처럼 함께 생활하고 있으니 원하는 것이 있다면 좀 더 거리낌없이 말해 버려도 상관없는데.

뭐가 어떻든 중요한 부분은 참아버리는 그 녀석이 조금 안타깝게 여겨져 확실히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것을 들어주려는 것이 나의 습관이 되어가고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저 그 녀석이 '빨리 돌아와 줬으면 해' 라고 넌지시 물어보았기에 빨리 돌아가려는 것 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을에서는 실컷 꼬마들과 부딪혔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쪽에서 부딪쳐 왔다.

태양이 반 이상 저물면 하늘은 어둑한 남빛으로 변하고 집집마다 불빛을 밝힌다. 그와 동시에 분장한 꼬마들이 무리를 지어 내달리기 시작한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똑바로 달리지 않는다. 가면을 쓴 녀석들이 많은 만큼 시야가 불편할 것이다. 혼을 내도 주의를 주어도 이쪽이 방해물이 된다는 점은 변함없다.

가능한 옆으로 빠져 인파를 피해가며 집으로 이어지는 숲에 들어갈 무렵에는 실컷 피곤해져 있었다. 이래서 축제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좀 더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편이 성미에 맞는다.


달빛과 자신의 발을 의지해 어두운 숲 안을 나아간다. 풀을 밟는 소리나 벌레가 우는 소리가 아까까지의 부산함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녹여주었다.

그렇게 적당히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걷는 사이 드디어 그 녀석이 기다리는 집 현관에 발이 닿았다.

램프의 희미한 빛을 반사하는 손잡이를 돌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마음이 안정되는 익숙한 향기에 문득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밍크, 어서 와."

부엌 쪽에서 푸른 머리카락이 비죽 내다본다.

"아아"하고 대답하자 아오바는 조금 미안한 듯한 얼굴로

"미안, 오늘 아르바이트가 좀 늦어져서 지금 막 저녁 만들려던 참이야"라고 말한다. 그의 근무처는 잡화점이니 행사가 있었던 만큼 손님이 많았을 터다.

나는 코트를 벗고 아오바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면 돕지."

"엑, 괜찮아! 막 돌아온 참이고, 피곤하지? 목욕하든가 책 읽으면서 기다려도 되니까…"

곧바로 돌아오는 배려섞인 말의 폭풍.

일일이 시끄럽다. 지친 건 그 쪽도 마찬가지일 텐데.

입을 다물리기 위해 삐친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강하게 흐트러뜨리듯 쓰다듬자 아오바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문다. 그대로 미적미적 함께 부엌으로 향한다. 꽤나 오래 전에 발견한, 재미있을 정도로 잘 듣는 방법이다.


옷 소매를 접으며 밍크는 옆 도마에 올라와 있는 오렌지색의 호박에 시선을 멈췄다.

오늘이라는 날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 빤하지만, 그러고보니 아직 아오바로부터는 예의 그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작년에는 일하고 돌아오자마자 마중하러 나온 바로 그 때 과자를 요구당해 난처한 꼴을 당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아무래도 내가 그런 성향은 아니라는 걸 생각하고 소극적으로 나가려는 듯하다.

일단 그 흘러넘치는 존재감을 언급하기로 했다.

"그래서, 저건 뭐지?"

"어? 아아, 이거 말이지. 이거 어제 알바하는 데에 왔던 손님한테서 받았어."

아오바가 귀엽다는 듯 호박을 양손으로 만졌다.

"할머니신데, 일본에 잠시 머물렀던 적이 있는지 꽤 일본어도 잘 하셔서. 그런 사람 처음 만났으니까, 그만 이야기에 열기가 올라서. 정신이 들고 보니까 할로윈에 자주 보는 호박 이야기가 돼 있었거든. 뭐라고 하더라, 재……"

"잭 오 랜턴."

"그래그래, 그거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했더니 그 할머니가 하나 주겠다면서 가져다 주셔서 말야. 그래서 오늘 안을 파내서 요리에 쓰고 조각해 봐야겠다 싶어서."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이쪽을 돌아본다.

웃으면서도 아직 조금 걱정이 되는 듯 머뭇머뭇 묻는다.

"그래서 말인데, 밍크도 조금만 도와줄 수 없을까, 하고…"

그래서 일찍 돌아와 주길 바랐나 하고 납득이 간다.

당연히 요리 뿐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할로윈을 만끽하려는 듯한 그의 모습에 훗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솔직히 말해 무엇을 도와주기를 바라는 것인지는 불명이지만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을 대로 만들도록 해. 도구가 필요하다면 빌려주지."

"아, 정말?? 해냈다아."

기쁜 듯 손끝으로 호박을 빙글빙글 돌린다. 먹을 것은 소중히 다루라고 말하려다가 좋은 기분에 물을 끼얹을 수는 없어서 그만두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표준 사이즈의 그것은 처음으로 잭 오 랜턴을 만드는 아오바에게 맞추어 고른 것이겠지.

그 손님은 꽤나 아오바가 마음에 든 듯하다. 본인은 '별로 인기 없다'고 말하지만 이 녀석은 제법 연상으로부터 사랑받고 귀여움을 받는 타입이다.

말할 것도 없이 나를 포함해서.



함께 요리하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이 녀석은 변함없이 이상하게 착실해서 어떤 재료를 쓰든 간에 분량을 확실하게 맞추고 싶어하지만 전보다는 꽤나 솜씨가 좋아져 있었다.

호박 윗부분을 둥글게 잘라내고 들어낸 안쪽은 샐러드와 포타쥬에 썼다. 원래가 단 맛이 적은 종류라 다행히 내 입맛에도 맞는다. 아오바가 만드는 요리는 조모로부터 배운 일본색이 짙은 탓에 간이 짜거나 맵게 되는 일이 많지만, 최근에는 혀가 거기에 익숙해졌는지 맛있게 느껴져 가고 있었다.

일단 완성된 요리를 테이블로 옮기고 소파에 나란히 앉는다.

어느새 사 둔 것인지 아오바는 와인을 따서 두명분을 따랐다.

"술까지 준비하다니, 대체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건지."

"별로-, 그치만 가끔쯤은 사치를 부려도 괜찮잖아? 해피 할로윈!"

아오바가 일방적으로 쨍 하고 잔을 부딪힌다. 그는 그대로 단숨에 반정도를 마셔버린 뒤 눈 앞의 요리로 손을 뻗기 시작했다. 어이없다는 기분 반으로 이쪽도 와인을 한 입 넘기고 배를 채우기로 했다.



그는 아무래도 호박의 안쪽보다는 바깥쪽에 관심이 많은 듯 식사를 끝내고 급히 식기를 정리하자마자 테이블에 신문지를 깔았다. 그 위에 화로 옆에서 안쪽을 말리고 있던 텅 빈 호박을 가져다 둔다.

나는 평소처럼 식후의 커피를 준비한 뒤 연필과 공업용 나이프를 꺼내 주었다.

아오바의 옆에 앉아 머그컵을 입에 대고 홀짝인다.

"손 베지 마라."

"응… 고마워."

직전까지는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더니 막상 눈 앞에 두고 보니 어떤 디자인으로 할 지 고민이 되는 듯, 밑그림용 연필을 든 채로 생각에 잠긴 표정. 그것을 입을 다물고 옆에서 바라보고 있자 문득 이쪽으로 고개를 도린다.

"밍크는 이거, 만든 적 있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기억을 더듬어 대답한다.

"어렸을 때에는. 만드는 건 금방이야."

"헤, 그래? 어떤 얼굴로 할 지 고민되네…."

준비는 다 되었는데도 꽤나 작업이 진행되질 않는다. 우유부단하게 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속이 탄다.

나는 결국 두고보지 못하고 아오바로부터 호박과 연필을 낚아채어 방 구석에서 슬리프모드에 들어가 있던 루라칸을 불렀다. 눈을 뜨자마자 날개를 펼치고 옆으로 다가온다.

[왜 그러지?]

"가만히 있어."

부피감 있는 호박껍질 표면에 토리의 얼굴을 대강 그린다. 다소 큰 굽은 부리와 안대와 예리한 눈. 밑그림을 마친 것을 다시 아오바에게 넘기고 나이프를 쥐어준다.

"그걸로 연습해 봐."

얌전히 시키는 대로 당하고 있던 상대는 잠시 넋을 놓은 듯한 얼굴이었지만 금방 순순히 "응" 하고 대답하고 손에 든 나이프로 그려진 선을 따라 도려낸다.

그의 방식을 옆에서 보며 지적해 나간다.

"그렇게까지 깊이 넣지 마라. 전체적으로 칼집만 내면 돼. 밑그림 선보다 바깥쪽을 자르는 편이 완성도가 높아진다. 그리고 칼이 그 위치라면 누르는 손은…"

그의 왼손을 잡고 호박 뒤편으로 자리를 바꾼다.

"이 쪽에 둬."

갑자기 손이 닿아서인지 한 순간 동요한 아오바의 뺨에 붉은 기가 돌았다.

하지만 금방 수줍음을 감추듯 입을 다문 채 웃으며 "네, 선생님."하고 장난처럼 말했다.

그 반응에 이쪽도 무심코 입가가 풀어진다. 이 녀석은 가끔 이런 부분이 귀엽다.


납빛 선을 따라 나이프 끝이 신중하게 움직인다. 사전에 주의를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집중을 하게 되면 아오바는 금방 위험한 곳에 손을 두곤 한다. 한 번 피를 봐야 본인도 학습을 하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손이 끔찍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건 내 경험에 비추어 알고 있는 만큼, 어설프게 내버려 둘 수도 없다.

결국에는 신경이 쓰일 때마다 손을 뻗어, 베일 듯한 자리에 있는 손가락을 밀어놓았다.


일단 칼집내기를 마친 아오바가 나이프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 뒤는 손가락으로 안쪽을 향해 밀어내기만 하면 잘라 둔 모양대로 구멍이 생길 것이다.

안대와 눈 부분은 어렵지 않게 빠져나왔지만 부리 부분은 곡선이 어려웠는지 깊이가 얕아서 아무래도 빠져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고전하는 아오바에게 "이리 줘 봐"라고 말을 걸어 나이프를 손에 쥔다.

조금 더 칼을 깊이 넣은 뒤 다시 한 번 건네주자, 이번에는 간단히 구멍이 난다.

"아, 이걸로 완성?"

"그렇군."

"굉장해, 다 됐다!"

기쁨과 달성감으로 넘치는 표정으로 안에 빠져나온 조각을 꺼내며 모델을 맡은 토리에게 호박 얼굴을 보여준다.

"어때? 루라칸, 닮았어?"

[조금 눈이 큰 듯한 기분도 든다만, 잘 되었군.]

"하하, 다행이다. 정말로 생각했던 것보다는 간단히 만들 수 있네."

"대충 요령은 생겼겠지. 반대쪽에도 해 보면 어때?"

"아, 그렇네. 이번에는 렌 얼굴로 해 볼까~"

호박을 빙글 돌리고 다시 연필을 든 아오바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작스레 쓸쓸한 표정을 띄운 그가 이쪽을 올려다보았지만 "책을 가지러 가는 것 뿐이야."라고 안심시키고 일단 자신의 방을 향했다.

이제 특별히 도와주어야 할 일은 없을 테니 옆에서 독서라도 하며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읽고 있던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거실로 돌아가자 아오바는 렌의 얼굴을 따라그리는 도중이었다.

[아오바, 그래서야 고양이 얼굴로 보인다만.]

"에엑?! 눈이 좀 이상한 걸까."

[코를 조금 더 크게 그려보면 어떨까.]

"으응-, 어려운걸…. 실물처럼 귀엽게 하고 싶은데."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을 곁눈질로 지켜보며 소파에 앉아, 안경을 걸치고 책을 편다. 이번에는 재촉하지도 지적하지도 않고 그저 다치지만 않도록 지켜볼 뿐이다. 그의 페이스로 작업을 즐겨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독서에 몰두하고 있으려니 옆에서 "다 됐어"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페이지 위에 늘어선 문장으로부터 아오바의 손 끝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 곳에는 밑그림을 그리던 고뇌의 흔적이 여실히 남은 렌의 얼굴이 완성되어 있었다.

"어때?"

"나쁘지는 않군."

"쳇, 좀 더 칭찬해 줘도 되잖아?"

툴툴거리는 그를 무시하고 호박의 안쪽에 작은 양초를 넣었다. 평소에는 향을 피울 때에 쓰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랜턴'이니 불을 피우지 않으면 완성이라고는 부를 수 없다.

양초로 불을 붙이고 루라칸에게 방의 불을 끄게 하자, 희미한 노란 불빛이 테이블을 중심으로 주변을 밝힌다.

거리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얼굴이 되었지만 이렇게 두고 보면 밖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독특한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긴다. 아까는 '나쁘지 않다'고 평했지만, 잘 됐다고 말해 주었어도 좋았을지 모른다.

아오바는 부드럽게 안쪽에서 빛을 발하는 잭 오 랜턴의 얼굴을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예쁘다아."

문득 속삭인다.

지친 것인지 그대로 어리광을 부리듯 이쪽으로 다가온다.

어깨 부근에 그의 체온을 느끼며 아무 말 없이 남은 커피를 마저 넘긴다. 바로 곁에서 바람과 같은 투명한 향을 느끼고 이유도 없이 만지고 싶어져, 깃털 장식을 두른 윤기있는 푸른 머리카락에 손을 뻗는다.

빗 대신 손가락으로 몇 번인가 부드럽게 쓸어넘기자, 아오바는 기분 좋은 듯 미소지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얼굴을 해 주면 나는 이 녀석의 머리카락을 몇 번이고 쓰다듬어 주고 싶어진다.

"만족했나?"

아마도 오늘 가장 하고싶었을 일을 달성하고 그도 기분이 풀렸을 것이다.

꺼낸 도구를 정리하기 위해 일어서려 할 때 아오바가 "밍크," 하고 이름을 부르며 손을 잡아끌었다.

"뭐지."

"…Trick or Treat."

호박을 보고 있던 시선을 올려 나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역시 아무래도 말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던 듯하다.

나는 다시 소파에 앉아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이 놈이고 저 놈이고, 흔해 빠졌군. 원하는 건 과자가 다인가?"

질렸다는 듯 말하자 아오바가 깨달은 듯한 얼굴을 한다. 그리고 다시 조금 허공으로 시선을 주며 생각에 빠졌다.

"'트리트'라는 게 과자라는 뜻이었던가."

"아아."

"흐응, 그렇구나. 그럼…"

붙어 있언 어깨에서 몸을 떼고 다시 이 쪽을 본다.

"Trick of… Kiss."

그렇게 말하고, 아오바는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입가를 가리켰다.

'여기에 해 줘'라고 말하듯이.

그가 당당히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꽤나 지금의 이 옅게 밝힌 장소와 분위기에 취했거나, 혹은 식사 중의 알코올의 탓에 조금 적극적이 된 건지도 모른다.

나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 대답했다.

"그건 네가 어떤 장난을 치는가에 달렸군."

"꽤 어려운 거라구- 밍크가 마시는 커피에 각설탕 열 개 넣어줄 거니까."

여기서 그걸 말해서 어쩌자고, 라고 속으로 대꾸했다.

심지어 어렵다고 선언한 것 치고 고작 그 정도냐고 맥이 빠진다. 어차피 이 이상의 짓을 할 생각도 담력도 없을 테지. 그가 기껏 생각한 장난에 도전해 주어도 좋겠지만

"그런 맛없는 것을 마시느니 이 쪽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말하며 아오바에게 얼굴을 향하고 입술을 겹친다.

한 순간, 닿기만 하는 게 전부인 키스를 한다.

원하던 것을 주었는데도 상대는 아무래도 이것으로는 수긍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으음… 그게 다야?"

"뭐가 불만이지. 여기에 해 줬잖나."

불평을 잠재울 겸해 아오바의 입술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 눌렀다.

이번에야말로 그는 불이라도 난 것처럼 얼굴을 붉히고 분한 듯이 눈썹을 늘어뜨렸다. 대고 있던 손가락을, 손 째로 양 손으로 붙잡는다.

"……각설탕 스무개로 늘릴 거야."

커다란 헤이즐빛 눈동자를 피하며 토라진 듯 중얼중얼 중얼거린다.

그 끈기에 금방 백기를 들고 만다. 나는 꽤나 아오바의 어리광에 약한 모양이다.

"정말이지, 너라는 녀석은 정말…"

"으응…"

상대의 머리 뒤를 끌어당겨 깊이 입술을 겹친다. 얇고 부드러운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넣어, 멈칫하는 그의 것에 엮으며 소리를 내면서 가볍게 빨아들인다. 아오바는 목 안쪽으로 정사중의 교성과 비슷한 소리를 내면서 점점 도취되어, 남자답게도 섬세한 양손으로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각도를 바꾸며 계속하는 사이에 서로의 타액이 섞인다. 이전 본인에게 들었지만 나의 타액은 달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키스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아오바는 넋을 놓고 입 안을 훑으려 했다.

잠시도 멈추지 않는 입맞춤에 점차 답답한 숨이 흘러나온다. 그래도 상대의 한계까지 집어삼켜 주겠다고 눈을 가늘게 뜨고 표정을 살피면서 또다시 안쪽까지 혀를 얽는다. 입술 안쪽에서 넘친 타액을 흘리면서도 아오바는 쾌락에 빠진 듯한 황홀한 표정으로 몸을 비틀었다. 슬슬 숨이 차는지 가슴 부근을 떨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하게 아랫입술을 빨아들이고 입술을 떼자, 겨우 해방된 그가 어깨로 숨을 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 두근두근하고 빨라진 상대의 고동을 느낀다.

자신도 호흡을 가다듬으며 아쉬워하는 대신 한 번 더 입가에 키스를 해 주었다.

그리고, 푸른 머리카락에 손을 얹는다.

"이제 또 장난을 치겠다는 소리는 못 하게 하겠어."

그렇게 말하자 아오바는 도취된 얼굴을 한 채 "…응."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금방, "밍크는?" 하고 물었다.

"밍크, 남들한테 주기만 했잖아? 나한테는 안 물어봐?"

이쪽도 무언가 요구해주기를 바란 듯하다. 늘 듣기만 했으니 직접 이 말을 꺼내는 건 어른이 된 이후로는 처음 있는 기회였다.

물론 끈적하도록 달콤한 과자따위는 전혀 필요 없다. 내가 지금 바라는 건


상대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Trick or …, you." 

"……윽!"

움찔 하고 아오바의 몸이 반응한다. 닿지 않아도 그의 체온이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자극이 조금 심했던가.

몸을 떼고 "단, 내 방에서."라고 덧붙이자 뺨을 붉게 붉힌 채 아오바는 작은 목소리로

"안 준다고 하면? 어떤 장난 칠 건데?"

라고 물었다.

그 흥미본위의 질문에 문득 입술 끝이 올라간다.

"글쎄."

결국은 나 역시 대단한 장난은 치지 못할 것이다. 형식에 맞췄을 뿐, 나는 그저 아오바를 원한 것 뿐이다.

아오바가 있으면 어떤 시시한 짓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오바는 별 것 없는 일상을, 반드시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할로윈 날만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아오바 뿐이다.



오늘은 아직 둘이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

조금 더 그를 놀리며, 실컷 어울려 주기로 했다.








end


----------


프랑키님이 쓰실 때는 조금 일렀던 할로윈 소설이 지금은 많이 늦은... 할로윈 소설이 되고 말았네요...ㅇㅅㅠ 과연 크리스마스때는 어떨까...!

프랑키님 소설의 밍아오는 언제나 달달달달하니 캐릭터가 확고해서 좋아요 uㅅu 달고 밍크는 장난꾸러기고 아오바는 우물우물하면서도 밍크한테 일직선으로 달리고~! 정말 둘만의 세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걸로 프랑키님이 픽시브에 업로드해주신 다섯편이 모두 끝났습니다~ 계속 일본어만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한국어 문장이 제대로 된 건지 아닌지 요샌 구분이 잘 안 돼요()  어딘가 이상한 곳이나 오자 탈자 있으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몇 편 더 다들 봐주셨으면 하는 소설도 있는데 또 하고싶다고 말씀드리기가 너무 민망하고ㅠㅠ(프랑키님 천사...) 사실 만화도 하고 싶은 건 있는데 수정할 수 있는 툴이 없어서(그림판뿐) 차마 이쪽은 손을 댈 생각도 못하고 있네요 ㅇㅅㅠㅠ... 미공개분 시나리오라든가 sss라든가 일단 하겠다고 계획을 세워둔 건 많은데 이쪽도 분량이 적지 않고...! 보려다가 다른데로 도피하고 또 도피하고 거참 덕질의 길도 쉽지가 않군요!!!


읽어주신 모든 분들 알티해주신 분들 언제나 감사합니다! 또 어딘가에서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uㅅu 연말 잘 보내시고 해피 뎀덕질 되세용!!

Posted by 아쥬로
DMMD/번역/소설 l 2014. 12. 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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